💌 나의 갭이어 일기 20화. 갭이어 파트 1을 마치며

님, 갭이어를 통해 무엇을 얻고 무엇이 바뀌었나요?

2024.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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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갭이어 파트 1을 마치며

하반기에 우연하게 프리랜싱을 시작하면서, 작년 11월부터 이어 온 갭이어는 자연스럽게 끝이 났다. 갭이어 파트 1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그동안 블로그와 일기장에 써 온 <나의 갭이어 일기>를 모아 10~11월쯤 에세이레터를 발송해 보려고 한다. 마침 11월이 퇴사 1주년이니 겸사겸사 좋은 타이밍이라고 혼자 의미 부여 중.

컴컴한 무기력이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알기에 왜 갭이어를 시작했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기록을 잘 남기고 싶다. 미래에 또 다른 갭이어를 가질지도 모를 나를 위해. 그리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위해.

- 2023년 8월 31일 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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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께 쓰는 스무 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님, 문프랜입니다.

4월의 첫 주. 어떻게 보내셨나요?

이번 주에 저는 두꺼운 커튼을 떼고 얇은 커튼으로 바꿔 달았습니다. 겨울 동안 쓰던 난방텐트도 치우고요. 사실 3월 내내 모른 척했던 일인데, 기온이 따뜻해지고 꽃이 만발한 걸 보니 더는 미룰 수 없겠더라고요. 이제야 겨울을 맺고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오늘은 <나의 갭이어 일기>의 마침표를 찍는 날이기도 해요. 그래서 오늘 편지는 작년 여름에 썼던 마지막 갭이어 일기로 열어 보았습니다. '갭이어 파트 1'이 끝났음을 선언하면서 지금의 에세이레터를 써 보겠다고 이야기한 날이었죠.

왜 그냥 갭이어가 아니고 갭이어 파트 1인지, 파트 2 파트 3도 있는 건지 궁금하실 것 같아요.

22년 가을부터 23년 여름까지를 '갭이어 파트 1'로 이름 붙인 이유는 이게 제 인생의 마지막 갭이어가 아니라고 생각해서입니다.

파트 2도, 파트 3도 있을 수 있다고 열어두고 싶었어요. 언젠가 몸과 마음의 건강이 다시 나빠질 수도 있고, 제 주변을 둘러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고, 일과 삶의 방향을 다시 조정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첫 갭이어를 결심할 때는 '정말 쉬어도 될까?' 의심하고 자책하고 고민하느라 참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서 보니 너무 그럴 필요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갭이어를 통해 잃은 것보다 얻은 게 훨씬 많았거든요.

➿ 갭이어를 통해 얻은 것

번아웃으로부터 회복했다.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뜨개질, 요리, 여행)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
끝까지 비우고 나면 저절로 채워진다는 걸 알게 됐다.

➿ 갭이어를 통해 잃은 것

첫째도 돈, 둘째도 돈 😂💸
하지만 돈 외에는 잃은 게 없다!

➿ 갭이어 이후 바뀐 것

일하는 환경이 바뀌었다. (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
남들의 기준보다는 나만의 기준으로 생각하게 됐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됐다. 그릇 작은 나도 나! 완벽주의 심한 나도 나!

➿ 갭이어 이후에도 바뀌지 않은 것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 수년째 여전하다는 걸 발견했다.
행복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기존의 인생관이 더 뚜렷해졌다.

갭이어를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얻은 건 물론이고, 갭이어 이후의 일과 삶이 더 마음에 드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갭이어를 보내면서 제 가치관에 확신이 생기기도 했고요.

실제로 갭이어를 종료하고 퇴사 1주년이 되던 날 이런 일기를 쓰기도 했어요.

2023년 11월 3일

그러고 보니 오늘이 딱 퇴사 1주년이다. 고작 어제처럼 느껴지다가도 한편으로는 놀랍도록 아득한 시간. 1년을 돌아보면 퇴사 전 내가 바랐던 시간을 충분히 보낸 것 같아서 괜히 마음이 찡하다. 괴로워하던 작년의 내게 무엇을 걱정하든 결국은 괜찮아질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모든 게 마법처럼 술술 풀리거나 아주 잘 되지는 않아도, 나름의 굴곡 안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을 거라고.

한 마디로 말하면, 지금까지 쓴 모든 편지들이 제가 8개월 동안의 갭이어를 통해 얻은 '작은 깨달음'이었던 셈이에요.

기나긴 인생에서 몇 달 혹은 몇 년을 잠깐 나에게 투자해서 나를 더 잘 알게 되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까지 재조정할 수 있는 게 갭이어라면 저는 가성비가 되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나요? 😊

그러니 앞으로 다시 쉼이 필요한 시기가 찾아온다면 그때는 나를 너무 괴롭히지 말고 적절한 방책으로서 갭이어를 다시 선택하고 싶습니다.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한, 중요한 순간에 얼마든지 꺼내들 수 있는 나만의 히든카드 같은 존재인 거죠!

인생 첫 갭이어 이야기를 에세이레터로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언젠가 갭이어 파트 2를 가질지도 모르는 미래의 나를 위해. 그리고 제가 그랬던 것처럼 갭이어의 문턱 혹은 한중간에서 불안해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요.

지난 13화에 이런 문장을 쓴 적 있어요.

❝ 원하는 만큼 충분히 쉬어가되 홀로 고립되지는 않도록. 부유하는 감각이 아닌 자유로이 유영하는 감각으로 이 시간을 지나갈 수 있도록. ❞

<나의 갭이어 일기>를 쓰는 내내 저는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갭이어를 선택할 거라면 그 과정이 너무 힘들지 않기를 바랐어요. 갭이어를 보내고 있다면 혼자 고립되거나 망망대해에서 부유하기보다는 자신의 의지대로 이 시간을 활용하기를 바랐고요.

님께서 지금까지 스무 장의 편지를 읽는 동안 이런 마음이 잘 느껴졌다면 저는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에세이레터를 시작할 땐 딱 구독자 10명만 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연재 종료하는 오늘 기준으로 구독자 수가 무려 215명이에요. 내 이야기가 정말 공감이 되긴 할까 걱정했는데 어느새 익명 방명록에는 구독자 여러분의 따뜻한 말씀이 가득하고요. 심지어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갭이어 소모임까지 진행했다니. <나의 갭이어 일기>를 연재한 지난 다섯 달은 도저히 제 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신기한 일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사실 20주 내내 한 주도 쉬지 않고 무언가를 써서 보내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는데요. 지치고 힘들었던 밤을 모두 지나, 이렇게 마지막 편지까지 무사히 부치는 건 전부 님 덕분입니다. 제 이야기를 메일함 한 편에 흔쾌히 들여주신 여러분 덕분이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주 편지에서 완결 축하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말씀드렸었죠. 오늘 편지를 마무리하기 전, 아래에 구독자분들의 메시지를 소개해봅니다. 축하해 주신 분들의 마음이 온전히 담겼으면 해서 요약하지 않고 전부 그대로 실었어요. 스크롤이 좀 길겠지만 양해해 주세요 💕

메시지로, 또 마음으로 따뜻하게 축하해 주신 분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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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코끼리는 아기 코끼리를 위해 살아있는 동안 모든 길을 같이 데리고 다니며 여기는 물이 있고 여기는 먹이가 있고 여기는 위험하다는 걸 알려준다고 해요. 기억력 좋은 코끼리들은 그걸 평생 기억하고 대대로 물려준대요. 갭이어 일기는 코끼리들이 대대로 물려주는 기억의 맵처럼 먼저 갭이어를 경험한 문프랜님이 그렇게 먼저 가 보고 깨달은 정보와 느낀 감정들을 너무 친절하고 상세히 안내해준 갭이어 맵 같았어요. 마음이 힘들 때는 이렇게 하고, 경력이 고민이라면 이렇게 하고, 일 구하는 게 고민이면 이렇게 해볼 수 있다고 정말 구체적으로 with 따스한 문체로 알려주셨잖아요. 갭이어 일기는 어른이어도 늘 마음은 아기처럼 언제나 불안하고 갈팡질팡한 갭이어 코끼리들에게 너무 소중한 맵인듯 합니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걸 만들어주셔서 정말 멋지고 감사해요. 매 편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from. 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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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획으로 퇴사하고 갭이어를 보내고 있는 지금, 프랜님의 갭이어 뉴스레터는 든든한 선배였어요 ❣️ 한 걸음 앞서간 선배가 고민되고 어려운 지점을 말하지 않아도 공감해주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끝나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정말 축하하고 감사합니다 💌

from. 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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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어요 프랜님 :)

from. 언젠가 프랜님과 일해보고 싶은 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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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님의 갭이어 일기 완결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문프랜님의 레터를 받으면 따뜻한 위로의 감정이 와닿았어요. 뒤늦게 발견해 이렇게 완결 축하 메시지를 써야 하는 게 너무 아쉽고, 새로운 레터로 돌아오실거라 기대해봅니다😊

from. 구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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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나의 갭이어 일기>를 읽고 저 역시 갭먼스를 시작해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일을 좋아하지만 사람에게 너무 지치고 화나는 일상의 연속이었거든요. 정신의학과에 가서 상담도 받고 약도 먹었지만, 이따금씩 찾아오는 불안함과 분노는 제가 참을 수가 없더라구요. 남들이 보기엔 안정에서 불안정으로 간다 생각하지만, 저에겐 불안에서 안정을 찾는 과정입니다. 이런 저의 흐름에 <나의 갭이어 일기>는 현실적인 얘기들과 더불어 용기를 주었어요. 잘 보내고 잘 쉬고 저와 잘 살아가보겠습니다!

from.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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헙 벌써 완결이라뇨! 전 갭이어는 아니지만, 긴 취준생활을 하고있는 취업준비생입니다. 그럼에도 문프랜님의 여러 글에 정말 고민을 많이했어요. 이제서야 메세지를 전하네요:) 꼭 뉴스레터가 아니더라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다음 챕터도 넘 궁금해요*,,*

from. 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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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 완결 축하드려요 문프랜님!!!!!!!💗🎉🙌 너무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 기가 쭈욱 빨려 보였는데 이 레터에 얼마나 혼신을 다하셨는지 느껴졌어요. 잠시만 쉬었다가 꼭 출판까지 해내시길 🤭🤭

from. 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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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님 <나의 갭이어 일기>완결을 축하드립니다. 유익한 내용들도 많았고 한편의 에세이집을 읽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음에 또 멋진 에세이 일기로 만나길 바랍니다.

from. 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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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끝이라니 처음 구독 신청을 했을 때만 하더라도 날이 추웠는데 벌써 봄이 와버렸네요. 봄을 가져다 준 <나의 갭이어 일기> 가 끝난다니 너무나 아쉬워요. 완결이 되어도 다시 처음부터 정독해볼게요.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는 편지처럼 간직하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곧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와 주세요!!

from.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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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갭이어 일기> 완결을 축하합니다 ~~~ 🥳🥳 처음 구독 공지를 올렸을 때부터 너무 멋진 프로젝트라 생각되어 응원하는 마음이 한가득이었어요. 기획부터 작성, 소모임이나 방명록까지 이 모두를 준비하느라 얼마나 애썼을까 싶으면서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레터를 읽으면서 공감되는 지점이 많아 울컥하기도 하고, 가만히 생각에 잠긴 때도 있었어요. 단순히 ‘일’이라는 키워드를 넘어 ‘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본인만의 속도에 맞게 길을 찾아 나서고 차근차근 성장하는 <나의 갭이어 일기> 속 프랜님이 애틋하기도, 대견하기도 했답니다. 재미있게 읽고 있었음에도 표현을 많이 못한 거 같네요. 연재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앞으로도 걸어갈 길을 응원할게요 :)

from. 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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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저는 프리랜스 에디터로서의 현업에 집중하면서 창작 활동은 잠시 쉬었다가, 한두 달 뒤에 다른 연재물을 기획해볼까 싶어요. 지금까지는 과거 이야기를 실컷 했으니 앞으로는 현재의 이야기를 소재로 글을 쓰고 싶거든요.

또 뉴스레터의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생각 중인 건 엄청 많답니다. (헤헤😚) 지금까지 무료로 연재했으니 유료 구독 콘텐츠도 해보고 싶고, 몇 년 전에 계속 실패해서 포기하고 있었던 브런치 작가 등록도 이번에는 꼭 성공하고 싶고... 올해 안에 <나의 갭이어 일기>를 엮어서 독립출판물도 만들고 싶고요!

참, <나의 갭이어 일기> 연재는 오늘로 종료되지만 이후에 갭이어 소모임을 추가로 열거나 갭이어와 관련된 새로운 소식이 있다면 비정기적으로 메일을 보낼 예정이에요. 기존 에세이레터 구독자분들께 가장 빠르게 소식 전해드릴 테니 수신거부하지 마시고 구독 상태를 유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럼 이만 줄일게요.

계절이 돌아오듯 곧 다시 만나길 바라며,

편안한 밤 보내시고 늘 건강하세요 🌜

24년 4월 5일.

감사한 마음을 담아, 프랜 드림.